금융

주가조작의 메커니즘

키가큰아이 2008. 7. 12. 14:19

주가조작 왜 막기 어려운가요?



최근 검찰의 재벌 2ㆍ3세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가 파문을 일으켰다. 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법원은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던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인터넷거래, 주식파생상품 및 전업투자자 증가 등으로 주가조작의 피해 범위는 확산일로인 반면 이들의 혐의 입증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지난해 개인에 의한 KOSPI200 선물의 위장매매도 포착되면서 전문 투기세력과 일반투자자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주가조작이란 인위적으로 특정 주식의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행위다. 이러한 행위가 허위 사실에 근거해 투자자 등 관련 당사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 불공정거래로 처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던 증권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는 지난해 증가한 데다 2008년 1분기 들어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 주가조작이란
= 효율적 시장(Efficient Market) 가설이 성립한다면 주가조작은 발생할 수 없다. 모든 정보가 즉각 주가에 반영될 경우 주식거래를 통해 추가 이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봉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 간에 정보의 전달 속도와 보유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가 기업 내부자나 투자전문기관 수준의 정보 보유자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내부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예가 주가조작이 될 수 있다.

증권시장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주가조작은 대략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증권거래법에서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형성되어야 할 가격 또는 거래량을 조작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시세조종이다.

위장거래, 오판에 의한 매매 유도 목적의 실거래, 고의적인 허위사실 유포 등이 포함된다.


많은 서민들을 울리는 다단계 피라미드식 주가조작이 이에 속한다.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피라미드식으로 모집한 투자자의 계좌와 자금을 이용해 주가를 올린 뒤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다 적발된 사례다.

테마주 관련 허위 공시나 사실 유포, 우회상장이나 3자배정 유상증자 때 호재성 공시 등도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한다.

회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우월한 정보를 남용하는 것을 내부자거래라고 한다. 증권거래법은 내부자가 매수(매도)한 뒤 6개월 내에 반대로 거래하거나 공매도로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 단기매매차익으로 규정하고 내부정보 이용 여부와 관계 없이 이를 반환토록 하고 있다.

또한 내부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 이익을 취하게 하거나 자신이 이익을 취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다.

문제는 내부자거래의 유형이 복잡해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가 고객이 맡긴 주식을 매수하기에 앞서 자신의 계좌로 먼저 주식을 매입한 뒤 고객에게 되파는 형태로 이익을 챙기는 선행매매도 내부자거래에 속한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2002년 엔론사태나 2003년 SK글로벌 사태는 분식회계의 대표적 사례로 그 규모가 각각 1조5000억원에 달했다.

경영이 어려워 수익은 바닥인데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는 투자자들에게 막대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주식 폭락 등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킨다.

◆ 증시의 암(癌) 주가조작
=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는 주로 정보가 없는 개인투자자, 채권자, 관련 납품업체 및 종업원 등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저하와 시장발전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주가조작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최선이다. 내부정보 이용을 엄금해야 하지만 주가조작 기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감독기관들이 발견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다.



지난 1월 프랑스 소시에테제너럴(SG)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단적인 예다. 선물딜러 단 한 명의 파생상품투자 사고액이 사상 최고액인 71억달러였지만 변변한 내부 통제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세조종 전력자의 재범률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금융사고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범죄구성요건을 입증하기 어려워 일반투자자는 사전에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유동성 낮은 우선주 등 이상급등 주식, 과다 주문잔량 주식, 호재성 공시 등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감독당국도 주가조작기법에 대한 적기 시정 조치 등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